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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종교를 재활용하자

이전 글에서 오리지널 신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능적인 신을 창조하는 게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사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존의 종교를 재활용하여 활용하는 것입니다.

사실 신흥 종교든 전통 종교든, 처음부터 신과 교리를 모두 만들어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세계 3대 종교조차도 기존에 있던 신을 이용했을 뿐, 교주들이 새로운 신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오리지널 신을 창조한 대표적인 전통 종교는 조로아스터교 정도인데, 조로아스터교의 신 아후라 마즈다는 기존의 바르나 신과 동일하다는 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즉, 새로운 신을 창조하기보다는 기존 신을 재해석하거나 강조점을 바꾸는 방식이 더 일반적입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기존 종교에서 파생되어 독창적인 교리를 추가하거나, 일부를 부정하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키며 자신들만의 종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독교를 예로 들어봅시다. 예수는 물론 기독교의 교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유대교 신자였습니다. 예수 자신은 기독교를 창시한다는 의식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고, 유대교를 개혁하려는 운동의 일환으로 활동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활동이 유대교와 점점 더 멀어지면서, 마침내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로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유대교는 사회적 규율과 종교적 관행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는 “안식일에 병자를 치료하는 것이 잘못인가?”와 같은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러한 관행을 비판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활동은 유대교 내부에서는 급진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졌으나, 새로운 종교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할까요? 역사가 오래된 종교는 오래된 시대의 문화와 문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대의 요구와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경직되고 “형식만 지키면 된다”는 분위기가 생겨납니다. 예수가 활동하던 당시 유대 사회는 바로 이런 상태였습니다. 사회가 종교적 규율로 꽉 막혀 있었고, 예수는 이를 깨부수고 새롭게 신앙을 재구축하려 했습니다. 기독교는 당시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응하려는 현대적 신흥 종교였던 것입니다(물론 기독교도 금방 경직되어 이를 프로테스탄트가 다시 개혁하려 했지만요).

이 점을 바탕으로 여러분도 전통 종교에서 파생된 새로운 종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우선 불교나 기독교 같은 전통 종교 또는 어느 정도 역사가 있는 신흥 종교에 입문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곳에서 진지하게 신앙 생활을 하십시오. 그러다 보면 그 종교의 교리 중 현대적 감각에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기회입니다. 그 문제를 적절히 수정하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하며 독자적인 종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형식주의에 빠졌다”고 느껴진다면, “더 신앙 중심으로 가자!” 또는 “복잡한 규율은 필요 없다!”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는, 여러 신을 숭배하거나 여러 경전을 사용하는 종교라면, 그중 하나만 강조하며 “이 신에게 기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는 “이 경전을 따르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이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실제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 불교의 일파인 일련종의 창시자 니치렌도 당시 종합 대학과 같았던 천태종에서 “법화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독립했습니다.

이처럼 기존 종교를 재활용하면 신도, 교리, 동료까지 모두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들어간 종교가 너무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다면,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경우 여러분은 깊은 신앙을 가지게 되어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 또한 나쁘지 않은 결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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