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진종에는 “악인정기(悪人正機)”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선인조차도 왕생(往生)할 수 있다면, 악인은 더욱더 왕생할 수 있다” 는 뜻입니다.
보통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선인(善人) 이 극락에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하지, 악인이 더 쉽게 갈 수 있다는 개념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선인과 악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정토진종에서 말하는 선인 은 “나는 착한 일을 했으니 극락에 갈 수 있겠지?” 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반면, 악인 은 “나는 선행도 못 하고, 정말 한심한 인간이야. 이런 나로서는 극락에 갈 수 없을 거야…” 라며 풀이 죽어 있는 사람입니다.
악인정기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
악인정기는 감정적으로 이입해서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이렇게 깊이 절망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나는 정말 한심한 인간이야. 죽으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거야. 나 같은 인간을 구원해 줄 존재는 없을 거야…”
그때, 아미타불(阿弥陀仏) 이 나타나 “나는 어떤 인간이라도 반드시 구원하겠다” 라고 말해준다면, 그는 엄청난 감동을 받겠죠.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제 모든 걸 아미타불께 맡기자!”
이 순간부터 그는 모든 불안을 내려놓고,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선인의 경우는 어떨까요?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지. 착한 일도 많이 했으니까 극락에 갈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아미타불이 똑같이 나타나 “나는 어떤 인간이라도 반드시 구원하겠다” 라고 말한다면?
“음… 그래? 뭐, 잘 부탁할게.”
이 정도의 반응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크게 감동하지도 않고, 인생에 극적인 변화도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악인정기 의 핵심입니다.
악인정기의 오해
악인정기는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악인이 더 쉽게 왕생할 수 있다면, 일부러 악행을 저질러야겠군!”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등장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해석입니다.
악인정기의 핵심은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심한 존재라는 사실에 절망하는 것’ 에 있습니다.
즉, “나는 정말 구제 불가능한 인간이야…” 라는 깊은 절망 속에서 아미타불의 자비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구원의 길이라는 것입니다.